[서양화 작가 겸 남송미술관 남궁원 관장]
다른 사람과 나누고 마음속 나쁜 것 버리는 삶 중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소중한 가치를 찾아야”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아이는 물론 어른도 허수아비 철학을 통해 내 안에 좋은 것은 나누고 나쁜 것은 비워야 합니다. 그리고 사랑과 헌신, 봉사와 감사하는 마음을 지녀야 합니다.”

숨 가쁘게 세상은 돌아가고 있다. 타인보단 내가 먼저인 사회가 돼 버렸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물질만을 중요시하게 됐다. 사람 간의 소통은 어느새 단절돼 버렸다.

‘언제까지 이런 시대가 계속돼야 하는 건가.’ 그 답답함을 허수아비 철학으로 바꾸려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남궁원(66) 서양화 작가다.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소재 미누아트에서 만난 남궁 작가는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40여 년을 교육자로 산 그는 허수아비만을 화폭에 담아왔다. “고향을 지킨다는 의미로 허수아비를 그려왔습니다. 나를 지키고 나라를 지킨다는 의미에서죠.”

또한 그는 사회에서 꾸준한 활동을 해왔다. 전 경기예총회장, 가평 남송미술관장, 남송국제아트쇼 운영위원장, 성남 탄천현대작가회 회장, 예사랑로타리클럽 회장을 역임했다. 그리고 경원대학교 미술·디자인대학 회화과 교수를 재직했고, 이번에 정년퇴임을 한다.

그는 교육자로서의 삶을 마감하며 허수아비 철학이 담긴 허수아비 동화를 창작해 세상에 내놓았다. 여기에는 우리나라 교육계에 가치와 철학을 심어주기 위한 취지가 담겨있다.

허수아비(虛守我非) 동화에 담긴 ‘허수아비 철학’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허(虛)는 내 것으로 소유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마음속 나쁜 것을 ‘비우라’는 뜻이다. 수(守)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소중한 가치를 찾아 ‘지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아(我)는 나를 바로 알고 올바른 모습으로 ‘키우라’는 의미이고, 비(非)는 진실한 참사람으로 나를 바로 ‘세우라’는 뜻을 담고 있다.

“교육에 도움되는 철학적인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이를 동화를 통해 쉽게 풀어서 설명했습니다. 허수아비 동화는 마음을 전하는 이정표입니다.”

사실 허수아비 동화의 내면에는 가슴 아픈 비하인드 스토리(behind story)가 담겨 있다. 이 동화책의 주인공인 송이가 바로 10여 년 전 백혈병으로 하늘나라에 간 남궁 작가의 딸이라는 것.

어린 시절부터 송이는 피아노 치는 것과 지휘하는 것을 좋아했었다. 서울대에 입학하고 대학원에 다니던 그해 봄. 당시 26살이던 송이 씨는 이유 없이 쓰러지고 만다. 병원 검사결과 백혈병이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기에 남궁 작가의 가족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당장 골수이식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당시 파리에 공부하고 있던 쌍둥이 남동생이 입국했다.

다행히 골수가 맞아 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하지만 그해 겨울 백혈병은 재발했다. 한 차례 더 남동생의 골수로 이식수술을 받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결국 송이 씨는 하늘나라로 떠나게 됐다.

“(남매 중) 하나가 세상을 떠나자 인생이 반 토막 난 것 같았습니다. 1년 동안 매우 헤맸습니다. 그러다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딸에 대한 사랑을 전하기 위해 동화책을 만들게 됐습니다. 이 사랑이 하늘에 전해지길 바랍니다.”

송이 씨는 백혈병 치료를 위해 병원 무균실에 있었다. 몸이 아픈 와중이었지만 송이 씨는 아버지인 남궁 작가에게 평소 베풀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을 전했다고 한다.

“딸아이는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빠 가진 거 있으면 그때그때 나눠줘. 지금 어려운 사람 굉장히 많아. 그때까지 아빠가 돈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하나님이 언제 거둬 갈지도 모르는 일이야.’”

사실 그는 정년퇴임을 할 시기가 오면 돈을 모아 한 번에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평소 베풀고 살아야 한다는 딸의 그 말에 가슴이 미어졌다고 한다.

강퍅한 세상 가운데서 남에게 베푸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송이 씨는 이미 깨닫고 있었던 것 같다. 이에 현재 남궁 작가는 백혈병 아이들에게 매달 소정의 금액을 남몰래 전달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지난달 (출)푸른숲아이들과 함께 개최한 허수아비 동화 출간기념회에서 1000권의 책을 백혈병 아이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남궁 작가는 또한 우리 전통 민요인 ‘아리랑’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다.

아리랑은 심금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감미로운 선율을 지니고 있다. 여기서 ‘아리(我理)’와 ‘아라리(我裸理)’는 나를 부정하고 벗어 버리는 이치로 ‘벗음의 철학’을 담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를 찾는 게 ‘아리리요’입니다. 나를 버리면 그동안 단절됐던 자식에 대한 소통, 세상과의 소통이 이뤄지게 됩니다.”

인터뷰 말미에 남궁 작가는 허수아비를 그리는 작가로서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허수아비 철학을 동화, 그림을 통해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 알리려 합니다. 허수아비 철학이 아이들에게만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른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내용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되고 자신에게 적용한다면,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생기게 됩니다. 앞으로 남은 인생을 작가로서 후회 없는 삶을 살겠습니다.”